한국 축구의 '원더키드' 이강인(17)이 꿈에 그리던 프로 1군 데뷔전을 치렀다. 한국 축구 역사상 최초로 2000년대에 태어난 선수가 1군 무대를 밟았다.
이강인은 31일(한국시각) 소속팀 발렌시아가 스페인 3부 리그(세군다B) 구단 에브로를 상대한 2018-19 코파 델 레이(국왕컵) 32강 1차전 원정 경기에 선발 출전해 83분간 활약했다. 경기 결과는 발렌시아의 2-1 역전승이었다. 왼쪽 측면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한 이강인은 후반전 날카로운 왼발 감아차기로 골 포스트를 맞추는 등 활발한 움직임을 선보이며 무난한 1군 데뷔전을 치렀다.
이날 이강인은 한국 축구의 역사도 새로 썼다. 2001년 2월생 이강인은 한국 축구 역사상 최초로 프로 1군 무대를 밟은 2000년대생 선수가 됐다. 국내 K리그에서도 현재 2000년대에 태어난 선수는 수원 삼성 블루윙스와 준프로 계약을 맺은 골키퍼 박지민(18)뿐이다. 2000년 5월생 박지민은 올 시즌 K리그1 9경기에서 대기 명단에 이름을 올렸으나 아직 1군 데뷔전을 치르지는 못한 상태다.
밀레니엄 세대(2000년대생)의 등장은 전 세계적으로도 이제 막 시작된 트렌드다.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에서도 필 포든(맨시티, 2000년생), 라이언 세세뇽(풀럼, 2000년생) 등 경기 출전 기록을 보유한 밀레니얼 세대는 단 9명에 불과하다. 유럽에서도 모이스 킨(유벤투스, 2000년생), 제이든 산초(도르트문트, 2000년생) 등이 활약 중이지만, 이강인은 이들보다 한 살 어린 2001년생이다.
이강인은 작년 12월 발렌시아 메스타야(2군) 소속으로 레알 사라고사 데포르티보 아라곤과의 스페인 3부 리그 경기에 출전하며 성인 무대를 처음 밟은 데 이어 단 10개월 만에 1군 신고식까지 치렀다. 특히 그는 데뷔전부터 선발 출전해 81분간 무난한 활약을 펼치며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이강인은 12월 6일 에브로와의 코파 델 레이 32강 2차전 홈 경기에서 두 번째 출전을 노린다.
발렌시아를 이끄는 마르셀리노 감독은 이날 평소와 마찬가지로 4-4-2 포메이션을 가동했고, 이강인은 왼쪽 측면 미드필더 자리를 맡았다. 이 자리는 평소 발렌시아의 스페인 라 리가 경기에서는 주로 데니스 체리셰프(27)가 맡아왔다. 체리셰프는 현재 러시아 대표팀에서 활약 중이며 레알 마드리드에서 유소년 아카데미를 거쳐 1군 데뷔까지 한 경력이 있는 실력파 측면 공격수다.
그러나 발렌시아는 이날 체리셰프, 곤살루 게데스(21), 다니 파레호(29) 등 공격과 미드필드진 주요 자원을 제외한 채 에브로를 상대했다. 그러면서 이강인이 자연스럽게 기회를 잡았다.
처음으로 1군 무대를 밟은 이강인은 침착하게 경기를 풀어나갔다. 그는 경기 초반부터 상대 왼쪽 측면 수비수 루카 페로네(25)와 강하게 부딪히며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탈리아 출신 페로네는 과거 라 리가 구단 레반테 소속으로 활약했으며 스페인 하부 리그에서는 60경기 이상을 소화한 선수다. 신장 173cm의 이강인은 182cm의 페로네와 수차례 강한 몸싸움을 펼치며 물러서지 않았다.
이강인은 득점을 터뜨릴 수도 있었으나 운이 따라주지 않아 데뷔골 기회를 다음으로 미뤘다. 그는 56분 아크 정면에서 패스를 받은 후 왼발로 절묘한 감아차기를 시도했다. 골문 왼쪽 상단을 향해 날아간 공은 아쉽게도 골 포스트를 스친 후 골라인 밖으로 나갔다. 17세 이강인이 프로 1군 데뷔전에서 데뷔골까지 쏘아올릴 수도 있었던 순간이었지만, 슈팅만으로도 존재감을 알리기에는 충분했다.
이뿐만이 아니라 이강인은 지난 시즌 라 리가에서 두 자릿수 득점(12골)을 기록한 골잡이 산티 미나(22), 프랑스 대표팀 출신 공격수 케빈 가메이루(31), 덴마크 대표팀 미드필더 다니엘 바스(29), 포르투갈 대표팀 수비수 루벤 베수(24), 콜롬비아 대표팀 수비수 헤이손 무리요(26) 등 쟁쟁한 동료들 사이에서 경쟁력 있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날 발렌시아의 선발 11명 중 10대는 그가 유일했다.
이강인은 골대를 맞춘 왼발슛 외에도 전반전에는 아크 정면에서 자신을 향해 굴러오는 공을 박스 안쪽으로 재치 있는 연결해 침투하는 미나에게 득점 기회를 만들어주는 등 위협적인 활약을 펼쳤다. 특히 그는 발렌시아 왼쪽 측면 수비수 토니 라토(20)와 효과적은 호흡을 맞추며 상대를 공략했다. 이강인은 측면 배치됐다가도 공격 상황에 따라 중앙과 왼쪽을 수시로 오가며 팀 공격을 전개했다.
예상보다 일찍 1군 데뷔전을 치른 이강인은 일단 자신의 원소속팀인 발렌시아 메스타야로 복귀해 주말 세군다B 경기를 준비한다. 그는 올 시즌 세군다B에서 9경기 2골을 기록 중이다.
발렌시아 메스타야는 오는 4일 에헤아를 상대로 세군다B 그루포3 11라운드 원정 경기를 치른다. 이강인은 이 경기를 소화한 후 바로 발렌시아 후베닐A(19세 이하 팀)에 합류해 7일 밤 영보이스와의 유럽축구연맹(UEFA) 유스 리그(19세 이하 챔피언스 리그) 경기에 출전할 전망이다. 발렌시아는 올 시즌 신예 이강인에게 1군, 2군, 19세 이하 팀에서 다양한 역할을 맡기도 경험을 쌓게 하고 있다.
즉, 이강인은 앞으로 약 일주일 사이에 발렌시아 1군, 2군, 그리고 19세 이하 팀에서 연달아 공식 경기를 소화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그는 올 시즌 1군(라 리가, 코파 델 레이)에서는 유망주로서 경험을 쌓고, 2군(스페인 3부 리그)을 주 활동 무대로 삼고 실전 감각을 유지하며 19세 이하 팀에서는 명실공히 에이스 역할을 맡으며 유럽 무대에서 기량을 갈고닦는 중이다.
이강인은 12월 초 1군 무대에서 두 번째 경기를 소화할 기회를 잡을 수 있다. 발렌시아는 원정에서 2-1로 꺾은 에브로와 12월 6일 홈구장 메스타야에서 코파 델 레이 32강 2차전 경기를 치른다. 발렌시아는 11월과 12월 라 리가와 챔피언스 리그 일정을 병행해야 한다. 팀이 3부 리그 팀 에브로를 상대할 코파 델 레이 32강 2차전에서 이강인에게 다시 기회가 갈 가능성은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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