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무려 세 팀이 무패 질주하고 있다. 맨체스터시티(9승 2무) 첼시(8승 3무) 리버풀(8승 3무)이다. 개막 후 11라운드까지 치르면서 3팀이 모두 패하지 않은 시즌은 1978-79(리버풀, 에버턴, 노팅엄포레스트) 이후 꼭 40년 만이다.
까다로운 원정, 사흘 간격의 빡빡한 일정, FIFA 바이러스, 부상, 컨디션 난조, 상대팀의 변칙 전술 등 다양한 변수가 산재하는 프리미어리그에서 어떻게 11경기 동안 패하지 않은 걸까?
당연한 듯 들리겠지만 상대를 압도하는 실력을 첫 번째 이유로 꼽을 수 있다. 세 팀 모두 ‘많이 넣고, 적게 먹는’ 효율적인 축구를 구사한다. 맨시티는 33득점(최다득점 1위) 4실점(최소실점 1위), 첼시는 27득점(2위) 8실점(3위), 리버풀은 21득점(4위) 5실점(2위)을 기록 중이다. 11경기에서 20득점을 초과한 팀은 4팀(아스널 포함) 뿐이고, 10골 미만은 언급한 트리오 밖에 없다.
4-3-3 전술을 기반으로 한 네덜란드의 토털풋볼을 경험한 루드 굴리트는 BBC 매치 오브 더 데이에 출연해 4-3-3 전술이 세 팀의 무패 비결이라고 주장했다. “레알마드리드가 챔피언스리그에서 3연패할 때 사용한 전술이 4-3-3이다. 주젭 과르디올라의 바이에른뮌헨과 바르셀로나 모두 4-3-3 전술을 사용했다. 4-3-3 전술은 테크닉 축구를 하는 팀에 최적의 포메이션이다.”
공교롭게도 6일 예정된 허더즈필드-풀럼 전을 제외한 11라운드 9경기에 참가한 18팀 중 4-3-3 전술을 사용한 팀은 맨시티, 첼시, 리버풀 그리고 맨유(vs 본머스)뿐이었다. 하지만 맨유는 앞서 4-2-3-1, 5-3-2 등의 전술을 활용했다. 4-3-3이 주 포메이션인 팀은 세 팀뿐이다.
굴리트와 프리미어리그 선수 출신 대니 머피의 주장을 종합할 때, 경기 중 여러 포메이션으로 변형할 수 있는 4-3-3 전술은 경기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지능, 테크닉, 속도 등을 갖춘 정상급 선수와 전술 감각과 선수단 관리에 능한 최고의 감독이 있어야 실현 가능하다. 세 팀은 모든 조건을 갖췄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예컨대 이들 세 팀의 측면 공격수들은 모두 신장이 크지 않다. 대신 빠른 발 또는 높은 수준의 테크닉을 장착했다. 라힘 스털링, 리야드 마레즈, 베르나르두 실바(이상 맨시티) 모하메드 살라, 사디오 마네(이상 리버풀) 에당 아자르, 윌리안, 페드로(이상 첼시) 등이다. 여기에 유기적인 패스 플레이(맨시티, 첼시) 강한 전방 압박(리버풀) 등 '디테일'이 더해 쉽게 부서지지 않는 단단한 팀을 완성했다.
굴리트와 머피는 “현존 최고의 감독들이 프리미어리그에 있다”고도 한 목소리로 했다. 맨시티 감독은 바르셀로나와 바이에른뮌헨을 거친 주젭 과르디올라이고, 과르디올라의 바이에른을 어려움에 빠트렸던 전 도르트문트 감독 위르겐 클롭이 리버풀을 이끌고 있다. 첼시는 지난여름 이탈리아 출신 전술가 마우리치오 사리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최고의 셰프가 최고의 재료들로 최고의 요리를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세 팀의 11경기 무패'라는 진기한 기록이 나왔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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