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현 "6·7차전? 언제든지 나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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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152 18.11.12 (월) 10:32


‘한국시리즈의 사나이’ SK 김광현이 6·7차전 불펜 등판을 자청했다. 지난 9일 4차전에서 6회 양의지를 병살타로 잡아낸 뒤 환호하는 김광현. [정시종 기자]

“오늘이 마지막이 아니다. 또 던질 준비를 하겠다.” 

김광현(30·SK 와이번스)의 한국시리즈(KS·7전4승제)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KS 전적 3승2패로 앞서고 있는 SK는 12일 6차전 선발로 메릴 켈리를 예고했다. 만약 3승3패가 돼 13일 7차전이 열린다면 SK는 문승원을 내보낼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김광현은 “6차전이나 7차전에 (구원) 등판할 수 있다고 코칭스태프에게 이미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김광현은 지난 9일 두산 베어스와의 4차전에 선발로 나서서 6이닝 동안 6피안타·무사사구·무실점으로 쾌투했다. 최고 시속 149㎞의 강속구와 예리한 슬라이더가 일품이었다. 이날 SK가 1-2로 역전패 하면서 승리는 날아갔지만, 그가 올해 가을야구 최강의 국내 투수라는 걸 확실히 증명했다. 6·7차전에서 김광현이 불펜 대기하는 것만으로도 두산을 압박할 수 있다. 

김광현이 만드는 멋진 가을은 트레이 힐만(55) SK 감독과의 합작품이다. 김광현은 지난해 1월 왼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고 1년을 쉬었다. 2018년 복귀 프로젝트는 신중하며 과학적이었다. 시즌 초 힐만 감독은 “김광현이 느끼는 피로도를 점검하고 투구 이닝, 투구 수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던지게 하겠다”고 밝혔다. 

SK 구단과 코칭스태프는 김광현의 팔꿈치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스케줄을 짰다. 정규시즌에서 김광현은 최소 6일의 휴식을 보장받았다. 아프지 않은데도 전반기에만 두 차례 엔트리에서 빠졌다. 김광현의 투구 수가 100개를 넘긴 건 7월 27일 NC전이 처음이었다. 올 시즌 25차례 등판 중 100개 이상 공을 던진 경기는 4차례뿐이었다. 최다 투구 수는 105개(9월 26일 LG전)였다. 

시즌을 치르다 보면 선수나 감독이 욕심을 낼 때가 많다. 승리투수 요건을 위해서, 당장의 1승을 놓치기 싫어서 무리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그러나 힐만 감독은 원칙을 철저히 지켰다. 그래서 김광현이 올 시즌 마운드에 선 것은 136이닝밖에 되지 않는다. 던진 횟수는 많지 않았지만 11승8패, 평균자책점 2.98를 기록하며 정규시즌을 잘 마쳤다. 규정이닝(144이닝)을 채웠다면 평균자책점 2위(1위는 2.88·두산 조쉬 린드블럼)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메이저리그 스타일의 재활 프로그램을 소화한 김광현은 부상 이전의 위력을 보이고 있다. 넥센 히어로즈와의 플레이오프 1차전과 5차전 선발로 나섰다. 그리고 KS 무대에서 완벽한 부활을 알렸다. 

김광현은 KS에서 다시 태어난 ‘빅게임 피처’다. 많은 기대 속에 2007년 데뷔한 그는 정규시즌 3승7패에 그쳤다. 그러나 김성근 당시 SK 감독은 KS 4차전 선발로 과감하게 김광현을 기용했다. 두산 에이스 다니엘 리오스와의 맞대결에서 김광현은 7과 3분의 1이닝 동안 무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수퍼 루키’ 정도가 아닌 ‘수퍼 에이스’의 탄생이었다. 

당시 김성근 감독은 “한국을 대표할 어마어마한 투수가 나타났다”며 김광현을 치켜세웠다. 두산 타자들은 “공이 아니라 쇠를 치는 것 같았다”며 혀를 내둘렀다. 2007년 김광현의 승리로 KS 2승2패 균형을 맞춘 SK는 결국 창단 첫 우승을 차지했다. 

김광현은 2008년 KS에서도 두 경기에 등판, 1승, 평균자책점 1.50을 기록하며 2년 연속 우승의 일등공신이 됐다. 2010년 세 번째 우승 때는 1차전 선발 등판 뒤 4차전 세이브를 기록했다. 4전 전승으로 우승을 마무리한 뒤 김광현이 포수 박경완에게 허리를 숙여 절하는 모습은 신문광고로도 쓰인 명장면이었다. 김광현은 “내 평생 잊을 수 없는 최고의 경기”라고 말했다. 

김광현은 올해 4차전을 포함, KS 통산 9경기에서 3승2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2.31을 기록 중이다. 프로 11년 경력 중 6년이나 KS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팔꿈치 부상 후 화려하게 다시 날아오를 무대도 KS다. 김광현은 “(6차전 또는 7차전 등판이) 절대 무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2018 한국시리즈

12일 오후 6시30분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6차전은 SK 켈리와 두산 이용찬의 선발 맞대결로 시작한다. 둘은 지난 7일 2차전에서 만났는데 켈리(7이닝 2실점·0자책점)가 이용찬(6과 3분의 2이닝 4실점·4자책점)을 꺾었다. 선발 투수의 무게감부터 SK가 앞선다. 켈리를 선발로 쓰면 또 다른 외국인 투수 앙헬 산체스가 등판할 수 없다. 김태훈·정영일 등에 이어 여차하면 김광현이 나올 수 있다. 

SK가 6차전을 내준다면 7차전은 모든 전력이 투입되는 총력전으로 전개된다. 이때도 김광현이 등판할 수 있다. 4차전에서 투구 수 90개를 기록한 김광현이 7차전에 등판한다면 사흘을 쉬고 나오는 셈이다. 김광현의 불펜 등판 가능성에 대해 힐만 감독은 지난 9일 “그때 가서 말하겠다”고 연막을 쳤다. 

언제, 어느 상황에서 승부수를 던질지 알 수 없지만, 힐만 감독이 가진 최강의 카드가 김광현인 것만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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