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첫 KBO 리그 MVP로 선정된 두산 김재환(30)은 가장 행복한 순간, 가장 아프고 부끄러운 부분을 스스로 먼저 꺼냈다.
김재환은 19일 서울 르메르디앙 다빈치볼룸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MY CAR KBO 시상식'에서 '정규 시즌 MVP(최우수선수)'에 뽑히는 영광을 안았다. 그는 홈런상과 타점상 그리고 MVP까지 수상하며 3관왕에 등극했다.
김재환은 기자단 투표에서 만점 888점 중 487점을 얻었다. 그가 받은 총 76표 가운데 1위표가 51장이었다. 2위는 1위표 18표를 챙긴 두산 린드블럼(총점 367점), 3위는 1위표 12표를 따낸 넥센 박병호(총점 262점)였다.
지난 2008년 2차 1라운드 순위로 두산에 입단한 김재환은 올해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냈다. 시즌 139경기에 출전해 타율 0.334, 176안타 133타점 104득점 44홈런 장타율 0.657, 출루율 0.405를 각각 기록했다. 두산 구단 역대 최다 홈런을 기록했으며, 김상호와 우즈에 이어 KBO 리그 통산 3번째 '잠실 홈런왕'으로 등극했다.
MVP 수상 후 그는 무대 위에서 자신의 치부를 먼저 본인 입으로 꺼냈다. 그것은 바로 '약물 복용 전력'이었다. 김재환은 지난 2011년 10월 파나마 야구 월드컵 국가대표로 선발됐으나 도핑 테스트에서 금지 약물 복용 사실이 드러났다. 이듬해 그는 KBO로부터 10경기 출전 정지 징계를 받았다.
시상식장에서 그는 "제가 짊어지고 가야 할, 그런 책임 같은 것들을 더 무겁게 갖고 가겠다. 앞으로 남은 인생에서 좀 더 성실하고 좋은 모습만 보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시상식 후 공식기자회견에서도 그와 관련된 질문이 이어졌다. 김재환은 "(그런 상황을) 어떻게 극복해야겠다 하는 것보다는 앞으로 얼마큼 제가 야구장 안팎에서 잘하고 더 나은 생활을 하는 게 좋은 모습이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입을 열었다.
사실 그가 본격적인 활약을 펼친 2016년부터 '약물'이라는 주홍글씨는 더욱 진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가 좋은 활약을 펼치면 펼칠 수록, 그를 비난하는 목소리도 동시에 여기저기서 나왔다. 그는 "개인적으로 최근 3년이 가장 힘들었다. 물론 야구는 잘 됐지만, 바깥 생활도 자제해야만 했다"고 한숨을 쉬며 돌아봤다. 쉽게 꺼낼 수 없었던 이야기였다. 가장 기뻤던 순간, 본인 스스로 과오를 먼저 꺼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김재환은 "워낙 얘기가 많아 그걸 무시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모든 사람들이라고 해야 하나. 그 사람들과 약속을 생각해 그런 의미에서 이야기를 먼저 꺼냈던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한 번의 실수, 많이 후회했을 것 같다'는 취재진의 언급에 "지금도 후회하고 있다. 하루도 안 빠지고 후회를 했던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의 인생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전히 그를 비난하는 팬들이 있다. 김재환은 그런 팬들에 대해 "야구장에 오시는 팬 분들이 계시기 때문에 제가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이야기는 제가 감수해야 한다. 그 분들에게마저 앞으로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드리지 않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MVP로 선정된 김재환은 트로피와 3300만원 상당의 K7 차량을 부상으로 받았다. 그 중 김재환은 부상으로 받은 K7 차량을 기부하겠다는 의사를 전했다. 김재환은 "만약 (상을) 받는다면 (기부에 대해) 생각은 하고 있었다"면서 "팬 분들이나 주위에 고마운 분들이 정말 많았다. 응원을 많이 해주셨다. 저도 그렇게 받은 것에 대해 베풀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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