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프리에이전트) 포수 양의지의 행선지가 사실상 두 곳으로 압축됐다. 두산과 NC다.
현재 양의지에게 관심이 있는 구단은 원소속팀 두산을 비롯해 NC 정도다. KIA와 한화가 FA 개장 전후로 일찌감치 발을 뺐고, 안방 강화가 숙원 사업인 롯데도 양의지 영입에 큰 관심이 없다. 팀 전력을 한 번에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자원이라는 데 이견은 없다. 그러나 10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되는 몸값이 부담이다. 속속 하나둘씩 공식적으로 ‘양의지 포기‘를 선언하는 상황에서 두산과 NC의 관심만 꾸준하다. 실제 영입 가능성도 높다.
원소속팀 두산은 ‘내부 FA‘ 양의지 잔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23일 오후 잠실구장 구단 사무실에서 양의지 측과 한 차례 만났다. 구체적인 금액이 오간 것은 아니다. 협상 속도가 빠른 것은 아니지만 그만큼 조심스럽게 접근 중이다. 김태룡 두산 단장은 "외부 FA는 관심이 없다. 양의지를 잡는 생각밖에 없다"고 말했다. 2006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8라운드 지명(전체 59순위)을 받은 양의지는 수년째 두산의 안방을 지켰다. 박세혁과 장승현, 이흥련 등 백업 자원이 다른 팀에 비해 두꺼운 편이지만, 양의지와 직접 비교가 불가능하다.
이적을 택한다면 NC밖에 없다. NC는 양의지에 대한 관심을 부정하지 않았다. 김종문 NC 단장은 "부족한 포지션의 전력 보강에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고 에둘러 표현했다. 여기서 말하는 부족한 포지션은 포수다. NC는 최근 몇 년 동안 안방 강화에 주력했다.
2015년 6월 용덕한, 2017년 6월 김종민을 트레이드로 데려왔다. 지난 3월에는 한화와의 1 대 1 트레이드를 단행해 베테랑 정범모를 영입했다. 2018년 신인 드래프트 2차 1라운드에서 세광고 포수 김형준, 2017년 2차 1라운드에서도 마이너리그 유턴파 포수 신진호를 지명했다. 그러나 만족할 만한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내년 시즌 말미에 김태군이 군 제대 이후 복귀하지만, 우승권에 합류하기 위해선 안방 업그레이드가 필수적이다.
여러 상황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NC는 내년부터 신축 야구장을 활용한다. 여기에 이동욱 신임 감독 체제로 출발하는 첫 번째 시즌을 앞두고 있다. 올해 정규 시즌 최하위에 머문 팀 성적 등 ‘외부 FA‘ 영입을 통해 분위기 전환을 노릴 수 있다. 취재 결과, NC는 외국인 선수 시장에서 A급 자원 계약을 추진했다. 그러나 9월에 열린 KBO 제5차 이사회에서 ‘신규 영입 시 총액 100만 달러 제한‘이라는 규정이 신설돼 계획을 바꿨다. 외인 영입에 투자할 돈을 FA 시장에서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 이미 2015년 12월 FA 박석민을 4년 최대 96억원에 계약하는 파격적인 행보를 보여 준 경험이 있다. 최근 2년 동안 ‘외부 FA‘ 시장에서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지만 투자해야 할 땐 한다.
NC는 공식적으로 양의지 영입을 위해 에이전트인 이예랑 대표(리코 에이전시)와 협상을 시작하지 않았다. 그러나 내부 FA 모창민의 에이전트가 이예랑 대표다. 이미 모창민의 잔류를 위해 만났고, 계약하기 직전이다. A구단 관계자는 "FA 시장에서 NC가 양의지 쪽에 금액을 제시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하지만 두산에서 구체적인 금액을 이야기하지 않아 서로의 상황만 주시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같은 금액이라면 선수들은 지방보다 수도권을 선호한다. 창원을 연고로 하는 NC가 FA 선수를 영입하려면 플러스알파가 필수적이다. 양의지의 몸값이 얼마에 형성될지 좀더 지켜봐야 한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의지를 갖고 움직이는 구단은 현재 두산과 NC뿐이다.
댓글 작성 (0/1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