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장 제거 수술받는 2세 아들” 사연에 쏟아진 후원금 600만원
아이는 세상 밖으로 나오기도 전에 병을 얻었습니다.
엄마가 아이를 가진 지 6개월이 되던 때였습니다. 의사는 아이의 콩팥이 너무 크다고
했습니다. 양쪽 신장이 다 늘어져 있다고, 당장 큰 병원에 가라고요.
아빠는 엄마 손을 붙잡고 곧장 서울의 모 대학병원을 찾았습니다. 답은 같았죠.
“신장에 이상이 있는 것 같습니다.” 꼬박 4개월을 더 기다려야 병의 실체를 알 수
있었습니다. 애타는 마음으로 손꼽아 기다린 아내의 출산일, 아빠는 그날 처음 만난
아들의 병명을 들었습니다. ‘신우신염 수신증’이라고 했습니다.
이름도 낯선 그 병을 아직 눈도 못 뜬 아이가 앓고 있다는 얘기였습니다.
충북 제천에 거주하는 조규용(28)씨는 5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덤덤한 목소리로
지난 3년여간의 세월을 털어놨습니다. 아들 우현(2)이가 태어난 것은 2016년 3월 14일.
우현이는 생후 열흘 만에 첫 수술을 받았다고 합니다.
이후에도 수술과 치료는 계속됐습니다. 열이 오르면 즉시 응급실에 가야 했습니다.
원인은 모릅니다. 조씨 부부는 그저 선천성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조씨는 지난 2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 배드림’에 이같은 사연이 담긴 글을 올렸습니다.
아이의 왼쪽 신장에 자꾸 염증이 생기자 병원 측은 결국 제거 수술을 결정했고,
조씨는 비용이 걱정됐습니다. 혹시 온라인 글을 통해 수술받을 병원의 관계자와
인연이 닿는다면 임직원 감면 혜택이라도 받고 싶었습니다.
조씨는 우현이가 태어난 후 여러 직장을 전전했습니다.
아이가 아프면 근무 중에도 달려갔으니 해고되는 건 어쩌면 당연했죠.
그 탓에 정부지원금만으로는 비용을 모두 부담하기가 벅찼다고 합니다.
네티즌 반응은 뜻밖이었습니다. 다들 계좌번호를 알려달라고 했습니다.
후원금을 바란 게 아니라며 거절했는데도 “당신 생각해 주는 게 아니다”고,
“아이 치료부터 해야 하지 않겠냐”고 댓글을 달았습니다. 인터넷 쪽지도 쏟아졌습니다.
그래도 머뭇거리자 일부 네티즌은 “당장 계좌번호를 올려라”
“도움 줄 때 받으라”며 일부러 조씨를 다그쳤습니다.
이들이 돕겠다는 이유는 다양했습니다. 어떤 이는 둘째 아이가 같은 병을 앓고 있다고 했고,
또 다른 이는 형편이 어려웠던 자신의 과거가 떠올랐다고 했습니다.
한 네티즌은 “그나마 제가 조금 덜 힘드니까 도와드리려는 것”이라고 말했고요.
프리랜서라서 수입이 고정적이지 않다는 네티즌은 “많이 벌면 또 후원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렇게 모인 후원금은 총 600만원. 10만원, 20만원, 심지어 100만원을 보낸 사람도
있었습니다. 너무 큰 돈이 들어왔을 때는 돌려주고 싶어 다시 연락했지만,
후원인들은 한사코 거절했습니다. 이름조차 알려주지 않는 사람도 절반이었습니다.
한 후원인은 송금인 입력란에 ‘화이팅!’이라고 적었죠. 조씨는 아들 명의로 개설된
통장에 찍힌 금액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합니다.
조씨는 “모두 감사하다. 감사하다는 말밖에는 드릴 말씀이 없다”며
“이 돈은 우현이 수술비, 추후 치료비 등에 쓰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일부 금액은 연탄 봉사 후원금으로 기부하겠다. 병원비로 쓰고 남은 돈은 어려운
분들께 드리는 게 맞는 것 같다”면서 “사용 내역은 곧 보 배드림에 올릴 예정”이라고 했습니다.
우현이는 곧 수술을 받습니다. 왼쪽 신장을 떼어 내고도 오른쪽 신장마저 악화된다면,
두 살배기 아이는 혈액 투석까지 받아야 합니다. 또래 친구들처럼 약이라고 해봤자 고작
감기약, 병원이라고 해봤자 동네 소아과를 떠올리는 날이 우현이에게도 올까요.
이 아이의 다음 겨울은 어떨까요.
조씨가 우현이의 이름이 적힌 통장을 꼭 간직하면 좋겠습니다.
훗날 건강해진 아이에게 꼭 이렇게 말하면 좋겠습니다.
네가 어릴 적 내가 만난 세상은 참 따뜻했다고. 살만하더라고.
댓글 작성 (0/1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