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투 감독께서 나를 불러서 아시안컵에 못 가는 이유를 설명해주더라. 그 순간 새로운 도전을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수화기 너머로 들려온 문선민(26·인천)의 목소리에서 피로가 느껴졌다. 그도 그럴 것이 소속팀 1부 잔류를 위해 시즌 막판까지 사력을 다한 그는 불과 엿새 전까지 아시안컵을 대비한 축구대표팀 동계전지훈련까지 구슬땀을 흘렸다. 대표팀 소집 해제 이후 집에서 가족과 온전히 휴식에 집중했다. 다만 아시안컵 최종 엔트리 탈락 얘기가 나오자 한마디 한마디 강약이 뚜렷한 어조로 가감 없이 심경을 밝혔다. 결론은 “새로운 도전이 필요할 때”라는 것이다.
지난 20일 동계전훈 마지막 날 파울루 벤투 축구대표팀 감독이 발표한 아시안컵 최종 엔트리 23명의 명단에는 문선민의 이름이 빠져 있었다. 의외였다.지난 6월 러시아 월드컵 최종 엔트리 발탁 이후 오름세를 탔고 ‘벤투호’에도 승선해 조커로 꾸준히 출전 기회를 부여받았다. 지난달 우즈베키스탄전에서 그림같은 왼발 발리포로 골맛까지 본 터라 그의 탈락 소식은 그야말로 예상 밖의 일이었다. 문선민은 26일 본지와 통화에서 “솔직히 (아시안컵에 가지 못해) 당황하긴 했다. 엔트리 발표 전에 벤투 감독께서 나를 불렀다. 감독의 얘기를 듣고나니 받아들이게 되더라”고 털어놨다. 벤투 감독은 당시 문선민에게 두 가지를 강조했다. 공간을 스스로 창출할 줄 알아야 하고 멀티 포지션을 소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선민은 “감독께서 ‘공간이 많을 땐 너의 활용도가 높고 장점이 나온다. 다만 좁은 공간에서 풀어나가는 것을 어려워하더라. 멀티 능력에서도 경쟁자보다 밀려서 같이 가지 못하게 됐다’고 설명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본인도 선수 시절 나와 비슷한 이유로 (대표 탈락을) 경험한 적도 있다더라. 화가 날 수도 있다면서 내 마음을 헤아려줬다. 감독이 단점을 명확하게 꼬집어주니 오히려 마음이 홀가분해지더라”고 웃었다.
문선민은 올 시즌 인천에서 14골 6도움으로 국내 선수 중 유일하게 20개 공격 포인트를 기록한 주인공이다. 수비 지향적으로 나서다가 역습에 의존하는 인천 공격에서 문선민의 존재감은 절대적이다. 그의 경쟁력은 강한 상대와 겨뤄야 하는 월드컵에서도 빛이 났다. 다만 아시안컵은 우리보다 약한 상대가 많다. 그만큼 수세적이고 밀집 수비를 펼치는 상대를 극복하는 게 핵심이다. 이런 상황에서 벤투 감독은 좁은 공간을 극복하는데 어려움을 보인 문선민의 단점을 지적한 것이다.
문선민은 조심스럽게 자신의 마음을 고백했다. 스스로 더 좋은 선수이자 대표팀 동력으로 거듭나려면 새로운 환경에서 뛰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더욱 큰 팀으로 보금자리를 옮겨 지배하는 축구에 익숙해지고 수세적인 상대 전술을 깰 수 있는 공격수로 성장하기를 바랐다. 그는 “도전이 있어야 성공이든 실패든 할 수 있지 않은가. 인천이 너무나 좋고 고마운 팀이지만 이젠 공격적인 스타일의 팀에서 뛰면서 밀집 수비를 하는 팀을 이기는 경험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문선민에게 K리그 일부 빅 클럽은 물론이요, 해외 리그 일부 팀에서도 제안이 빗발치고 있다. 다만 그는 내년에 군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최소 6개월 임대라도 다른 환경을 경험하면서 대표팀에 재승선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그는 “군 문제를 해결한 뒤에는 다시 유럽 등 해외 무대에 도전하고 싶다. 지난달 대표팀에서 만난 (이)청용이 형은 어릴 때부터 동경한 선배다. 국내로 돌아올 수 있음에도 계속 유럽에도 도전하는 자세를 보고 동기를 갖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도 한 스타일에 머물러 있지 않고 다른 환경 속에서 성장을 꿈꾸고 싶다”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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