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의 기쁨을 되찾게 해줬다.”
프랑스 프로축구 지롱댕 보르도는 팀을 연패에서 구한 황의조(29)를 이렇게 평가했다. 황의조는 15일(한국시각) 프랑스 디종 스타드 가스통-제라르에서 열린 2020~21시즌 프랑스 리그앙(1부) 29라운드 원정경기 디종전에서 멀티골을 터뜨렸다. 시즌 7, 8호 골. 먼저 전반 33분 메흐디 제르칸의 패스를 받아 오른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1-0으로 앞선 전반 45분에는 니콜라 드 프레빌이 오른쪽 측면에서 올린 크로스를 헤딩골로 연결했다. 황의조는 팀이 3-0으로 앞선 후반 27분 지미 브리앙과 교체됐다. 보르도(승점 36)는 3-1로 이겼다. 최근 7경기 무승(1무 6패) 부진에서 탈출했다. 리그 순위는 15위에서 11위로 네 계단 올라섰다.
보르도 구단은 홈페이지를 통해 “황의조의 활약으로 이겼다. 침체한 팀 분위기도 털어냈다”고 전했다. 팀 내 최다 득점자인 황의조는 경기 후 구단이 트위터를 통해 실시한 팬 투표에서 52.7%(총 934표)를 득표해 최우수선수(MVP)를 차지했다.
시즌 8골(2도움, 27경기) 고지에 오른 황의조는 자신의 프랑스 무대 한 시즌 최다 골을 경신했다. 종전 기록은 지난 시즌 6골(2도움, 24경기)이었다. 그는 감바 오사카에서 뛰다 2019년 7월 보르도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그는 “골을 넣어 기쁘다. 무엇보다 팀이 반등하는 기회가 돼 기분 좋다”고 소감을 밝혔다.
황의조는 올 시즌 중반까지 혹독한 유럽 무대에 적응하느라 애를 먹었다. 주 포지션인 최전방 공격수로 나서지 못했다. 장 루이 가세 감독이 팀 전술에 따라 측면이나 2선 공격수, 공격형 미드필더 등 여러 포지션에 투입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최근 중앙 공격수로 자리를 옮겼다. 15라운드까지 1골(1도움)에 그쳤던 그는 최전방 공격수로 나선 16라운드부터 진가를 뽐냈다. 17라운드부터 29라운드였던 이날까지 7골(1도움)을 뽑았다.
황의조는 20대 후반의 다소 늦은 나이에 유럽 리그를 처음 밟았다. 그래도 연착륙했던 건 24시간 축구만 생각했기 때문이다. 팀 훈련이나 홈 경기가 끝난 뒤에도 경기장 남아 혼자 슈팅을 훈련했다. 귀가하면 가벼운 근력 운동과 스트레칭으로 컨디션을 끌어올렸다. 유럽에서는 팀 훈련 외에 추가 훈련을 하는 경우가 드물다.
하루의 정리도 이미지 트레이닝으로 한다. 침대에 누워 천장에 그라운드를 그리고 패스 루트와 움직임을 상상한다. 황의조 지인은 “시즌 직전(5~6월) 국내에서 기초 군사훈련(4주)을 소화하느라 비시즌 훈련을 제대로 못 했다. 그로인해 컨디션이 난조를 보였다. 그래도 평소의 철저한 자기 관리 덕분에 단시간 내에 경기 감각을 되찾았다”고 설명했다. 리그앙은 홈페이지를 통해 “황의조는 볼 컨트롤이 뛰어나며 동료와 완벽한 연계 플레이 능력을 갖췄다. ‘치명적인 스트라이커’다. 반 박자 빠른 슈팅은 상대 골키퍼의 허를 찌른다”고 칭찬했다.
황의조는 프랑스에 진출하면서 ‘시즌 10골’을 목표로 세웠다. 반드시 달성하겠다는 각오다. 프랑스에서 첫 시즌인 2019~20시즌에는 아쉽게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 코로나19로 리그가 일찍 종료해서다. 리그앙은 총 38라운드인데, 보르도는 28경기만 하고 멈춰섰다.
네 골만 추가하면 황의조는 박주영(당시 AS모나코)이 2010~11시즌 세운 한국 선수 프랑스 리그 최다골(12골, 33경기)과 동률을 이룬다. 그는 “두 자릿수 득점 달성에 대한 열망이 크다. (9경기가 남은 만큼) 꼭 달성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황의조는 25일 대표팀의 한일전에는 불참한다. 보르도 구단이 핵심 공격수인 그의 대표팀 소집을 반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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