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레이튼 커쇼(33·LA 다저스)는 한때 지구상 최고의 투수로 불렸던 사나이다. 2011년, 2013년, 2014년까지 세 차례 사이영상을 수상했고, 2014년에는 사이영상과 리그 최우수선수(MVP)를 석권했다. 커쇼는 2011년부터 2017년까지 7년 연속 사이영상 투표 5위 내에 드는 기염을 토했다.
그러나 2014년과 2015년 정점을 찍은 뒤 조금씩 내리막을 타고 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무엇보다 커쇼는 2016년부터 잔부상에 시달렸고, 단 한 번도 180이닝을 던져보 지 못했다. 2019년 178⅓이닝이 최다 이닝 소화였다. 평균자책점은 그럭저럭 좋은 수치를 유지했지만, 올해는 이마저도 아니다. 18일(한국시간) 현재 커쇼의 평균자책점은 3.36이다. 이는 데뷔 시즌(2008년)을 제외한 시즌에서 가장 좋지 않은 수치다.
수비무관 평균자책점(FIP) 등에서는 비교적 좋은 수치를 보여주고 있다. 9이닝당 탈삼진 개수는 건재하다. 그러나 앞으로의 전망이 그렇게 밝지는 않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 주장을 하는 이들은 “커쇼가 더 이상 패스트볼로 상대를 압도하지 못한다”고 근거를 댄다. 수치를 보면 일리가 있다.
커쇼는 커브와 슬라이더도 뛰어나지만, 역시 까다로운 투구폼에서 나오는 강속구도 일품인 선수였다. 전성기 때는 포심패스트볼의 비중이 높은 축에 속했다. 2011년 커쇼의 포심패스트볼 구사 비율은 전체의 65.3%에 이르렀다. 여기에 슬라이더와 커브를 섞었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지금, 포심 비율은 계속 떨어지더니 37.9%에 머물고 있다. 처음으로 슬라이더(47.1%)가 포심 구사 비율을 앞섰다.
일부러 안 던진다기보다는, 못 던진다 쪽에 가깝다는 분석도 있다. 커쇼의 포심 평균구속은 90.7마일(약 146㎞)까지 떨어졌다. 이는 2017년 92.8마일(약 150㎞)에 비해 4㎞ 가량 급격하게 떨어진 수치다. 그러다보니 포심이 난타를 당하고 있다. 커쇼의 포심패스트볼 피안타율은 무려 0.319에 이르며 올해 포심으로 기록한 탈삼진은 단 8개에 불과하다.
커쇼는 투심이나 커터와 같은 변형 패스트볼을 던지지 않는다. 포심이 통하지 않다보니 결국 슬라이더 의존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한때 최고의 구종으로 뽑혔던 커브 또한 예전만 못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종합하면 커쇼는 지금 슬라이더와 노련미로 버티고 있다는 의미가 된다. 하지만 포심이 받쳐주지 않는 슬라이더는 언젠가는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다.
커쇼는 다저스와 계약(3년 9300만 달러)이 올해로 끝난다. 만 34세 시즌에 다시 FA 시장에 나선다. 현지 언론들은 커쇼가 그래도 3년 정도의 계약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 점치면서 이적 가능 행선지는 한정되어 있다고 분석한다. 역시 다저스에 남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사실 커쇼가 다저스를 떠나 다른 팀 유니폼을 입고 투구하는 것을 상상하기는 어렵다. 다저스도 아직은 커쇼가 필요하고, 커쇼 또한 다저스가 최우선순위일 공산이 크다.
다만 얼마를 제시하느냐는 관건일 수 있고, 섭섭지 않게 대접을 한다고 해도 3년 이상의 계약을 제시할지도 미지수다. 다저스는 서서히 선발진도 새 얼굴로 채워 넣으려는 준비를 마쳐가고 있다. 협상 과정에서 진통이 생긴다면 커쇼가 타 팀으로 이적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저스가 커쇼의 하락세를 어떻게 보고 있을지에 상당수가 달린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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