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니 쇼헤이(27·LA 에인절스)의 투·타 겸업은 사실 일본에서부터 뜨거운 감자였다. 오타니의 대단한 도전을 호기심 있게 지켜보고 응원하는 사람들이 있었던 반면, “야구선수로 성공하려면 하나만 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진심 어린 조언이든, 비꼬는 투든 후자는 지금까지도 존재한다.
메이저리그(MLB)에서도 지난 시즌까지는 오타니가 하나에 전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번뜩이는 재능은 보여줬지만, 궁극적으로 한 시즌을 버티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다수는 “타자로 더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오타니는 올해 투·타 겸업을 성공적으로 완수하며 이런 시각을 완벽하게 비웃었다. 그는 올스타에도 투수와 타자로 모두 뽑히는 진기록을 썼다.
물론 오타니의 신체적 능력이 떨어지면, 언젠가는 하나에 집중할 것이라는 의견이 여전하다. 베이브 루스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역시 뛰어난 투수이자 타자였던 루스는 결국 타자에만 전념했고 MLB 역사에 남은 전설이 됐다. 그렇다면 어느 포지션에 전념해야 할까. MLB의 전설이 된 선수들도 각자 의견이 다른 가운데 아무래도 자신의 현역 포지션을 ‘미는’ 경향들이 있다.
MLB에서 21년(1988~2009)을 뛰며 통산 213승은 물론 154세이브를 거둔 명예의 전당 투수 존 스몰츠(54)는 투수에 전념해도 괜찮을 것이라는 의견을 남겼다. 그는 미 스포츠전문매체 ‘디 애슬레틱’과 가진 인터뷰에서 오타니가 투수에 전념할 경우 또 다른 제이콥 디그롬(33·뉴욕 메츠)로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디 애슬레틱’은 “그런 의견을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스몰츠는 매체와 인터뷰에서 자신이 2014년 디그롬을 처음 봤다고 떠올렸다. 스몰츠는 디그롬의 당시를 회상하며 “우완으로는 누구보다 뛰어난 재능, 순수한 운동 능력, (우완이) 오른손 타자에게 공을 던지는 능력 등 가르칠 수 없는 자질을 가지고 있었다”고 말한다. 당시 디그롬은 완성되지 않은 투수였지만, 7년이 지난 지금은 MLB 역사에 남을 만한 질주를 벌이고 있다.
스몰츠는 그 비결이 투수에 집중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스몰츠는 디그롬이 투구를 몸에 익히고, 선발 등판 사이에 간혹 두 번의 불펜피칭을 하는 등 기술을 향상시키는 데 전념할 수 있었으며 이는 투·타 겸업 상태에서는 불가능한 것이라고 했다. 물론 디그롬도 내셔널리그 소속인 만큼 타격 훈련을 하기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보너스 게임’이며, 타격에 대한 스트레스도 전혀 없다고 했다. 등판이 끝나면 곧바로 다음날 방망이를 집어 들어야 하는 오타니와 다르다.
스몰츠는 “투구를 할 때는 오로지 투구에만 집중해야 한다”면서 공원에 가서 산책을 할 때도 투구를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스몰츠는 오타니를 두고 “스플리터는 대단하다. 슬라이더도 훌륭하다. 패스트볼은 더 좋아질 것이다”면서 “투구에만 집중하면 더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언젠가 오타니가 하나를 선택할 때까지 이런 의견 제시와 논란은 계속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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