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축구연맹(FIFA)이 월드컵 격년제 개최를 계속 밀고 나가고 있는 가운데 이제는 그 의도가 명백해 보인다. 많은 전문가와 반대를 주장하는 이들이 예상했던 대로 격년제로 바꿀 시에 무려 8조 3천억 원 역대급 거액의 수익을 창출할 것이라는 분석이 전해졌다.
FIFA는 지난 9월부터 새로운 A매치 캘린더를 짜야 한다면서 월드컵 격년제를 추진해왔다. 아르센 벵거(72·프랑스) FIFA 축구 발전 책임자는 "전 세계적으로 축구를 더 좋게 만들고, 예선 횟수를 줄이는 등 더 간단한 방법을 도입하기 위해서다"면서 "선수들은 반복되는 장거리 비행 등이 줄어들어 육체적, 정신적으로 덜 힘들 수 있다. 구단들도 시즌 내내 선수들을 활용하는 등 많은 혜택을 얻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최근 잔니 인판티노(51·스위스) FIFA 회장도 "월드컵은 실제로 아주 오랜 세월 동안 소수의 국가만 참가해온 대회다. 이것은 진짜 월드컵이 아니다. 다른 국가들이 참여할 기회가 매우 낮다"면서 "참가팀 수를 늘리면 조금은 달라질 수 있겠지만 여전히 4년을 기다려야 하는 건 굉장히 긴 시간이다. 격년제를 한다면 작은 국가들도 세계 최고의 경기를 할 수 있는 현실적인 기회를 갖게 될 것이다"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거센 반발이 쏟아졌다. 가장 큰 이유는 월드컵의 오랜 전통을 훼손시키는 점 그리고 단기적인 수익을 내려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이었다. 알렉산데르 체페린(54·슬로베니아) 유럽축구연맹(UEFA) 회장은 "FIFA의 단기적인 이익을 위해 월드컵을 격년제로 하는 건 말도 안 된다. 이는 월드컵의 역사적·전통적 가치를 훼손하는 일이다"며 반박에 나섰다. 이 밖에도 남미축구연맹(CONMEBOL)과 프리미어리그 사무국을 비롯한 축구계 유명 인사들도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이런 가운데 실제로 FIFA의 월드컵 격년제 추진은 거액의 수익을 창출할 것으로 전망됐다. 스페인 매체 '문도 데포르티보'는 21일(한국시간) "FIFA는 월드컵 격년제를 추진하려는 의지가 확고하다"면서 "최근 발표에 따르면 수익이 향후 4년 동안 39억 유로(약 5조 3천억 원)에서 101억 1천만 유로(약 13조 6천억 원)로 증가할 것이다"고 AP통신의 보도를 인용해 전했다.
이어 "인판티노 FIFA 회장은 지금까지 UEFA, CONMEBOL,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등과 대립 관계를 유지해왔는데 그래도 여전히 격년제를 추진하고 있다"면서 "시장 조사 결과를 앞세워 월드컵 격년제를 한다면 전 세계에 다양한 즐길 거리를 보장하고, 예전보다 더 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중이다"고 덧붙였다.
한편, FIFA는 이러한 와중에 전 세계 팬들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독일 스포츠 연구 기업 'IRIS'와 여론조사 업체 'YouGov' 등이 23개국 2만 3천명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 1만5천8명 중 55%(8천234명)가 월드컵이 더 자주 열리기를 원한다고 답했다. 다만 구체적인 주기에서 2년 주기를 원하는 팬들은 30%에 그쳤고, 반면 4년 주기를 유지해야 한다는 팬은 45%에 달했다. 팬들 사이에서도 찬반 논쟁이 뜨거운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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