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사라진 2사단 노도부대에서 군생활 한 썰

레벨아이콘 픽통령
조회 101 19.06.20 (목) 23:40



2사단 노도부대 08년 군번 아재임.
좀 더 정확히는 31연대 소속이였고 더 자세히 밝히고는 싶으나
저번에 조그마한 썰을 풀었는데 거기서 댓글에 내 이름이 나와서 더 자세히는 못 알랴줌.
지금은 사라져서 화제가 되는 2사단이지만,
전역한지 10년이 다 되가는 지금도 나에겐 아직도 군생활이 어제일 처럼 생생하고,
이렇게 글을 쓰면서 한번 더 추억 할 수 있을거 같아 썰을 풀게 됨.
우선 썰을 시작하기 전 얘기하고 싶은건 군부대에 따라 힘듬과 덜 힘듬의
차이는 분명이 존재한다고 생각함.
하지만 조금 덜 힘들뿐 20대 피 끓는 청춘이 자유가 억압된 곳에서 2년이란,
세월을 보내야 된다는거 자체가 힘든거라 알아주었으면 함.
나도 물론 군부심이 심했지만 10년이 지난 지금 생각해보면,
힘들고 덜 힘들고를 떠나서 군대를 전역한 것만으로도 대단하고,
차별없이 모두가 칭찬 받아 마땅하다 생각하고 자부심을 가져도 된다 생각함.
1. 자대 전입 온지 5분만에 포상휴가 받은 동기 썰
7월 군번이라 농담으로 군대 먼저간 친구들이 너 유격 3년차 되겠다 했음.
그때 당시 유격이 먼지 혹한기가 먼지 먼 개소리인지 구분이 안갔었음
근데 방금 자대 전입왔는데 내일 모레 유격이라는 소식을 전해들음.........
이번 기수도 빠짐없이 훈련참가 하라는 대대장의 발표가 있었기에 우리는 전입신고
하기 전부터 이미 멘붕에 빠짐........ 그래도 마냥 맘놓고 피는 담배에 기분은 헤롱헤롱
전입신고를 해야 되는데 마침 대대장님 유격 관련해서 방송을 해야되서 지통실에서
기다리고 있었음... 그런데 지통실 아저씨 한 명이 오더니 이거 유격한다고 대대장님이
이벤트 하는건데 번호표 하나 뽑고 방송에서 로또처럼 내 번호가 불리면 포상휴가를 준다함
우리도 어엿한 대대인원이고 유격도 참가하니 하나씩 번호 뽑으라고 하고 다 같이 뽑았음.
그리고 번호 추첨을 하는데.... 방송에서 들리는 34번!... 응? 내 번호는 아닌데 생각하는데
동기 한 명이 손을 부르르 떨고 있었음... 설마? 하고 봣는데 34 적힌 종이 한장......
방송에선 "34번 없나? 34번 빨리 방송실로 안오면 다음 넘어간다!!"라고 대대장님이 재촉중
동기는 어버버하고 있어서 지통실 아저씨한테 내가 "여기! 34번 훈련생 있슴니다!!" 라고 말함
지금 생각하면 34번 훈련생이라니 참 ㅋㅋㅋㅋㅋㅋ 아무튼 빨리 방송실 가라고 해서 동기가 뛰어감
방송소리에서 친구가 문열고 들어가는 소리가 나고 대대장님이 소속 말해바 라고 하심
근데 친구는 소속을 모름...... 당연히 10분전에 버스타고 도착했으니...
어버버 하니깐 너 머야 언제 전입왔어! 하니깐 동기가 "10분전에 전입 왔슴니다!!!" 라고 말함
온 대대에 웃음소리가 터짐... 대대장님도 어이가 없어서 웃느라 쓰러지심
그러곤 친구는 전입온지 10분만에 포상휴가 4박5일을 받고 유격훈련에 참가함
포상을 받든 안 받든 전입온지 2일만에 뛰는 유격훈련은 내 군생활 뛴 훈련중 가장 최악이였음 ㅇㅇ
2. 양구에서 보내는 혹한기 훈련
강원도 양구라고 하면 군생활 해본 사람들은 그 악명을 한 번쯤 들어봤을 거임.
겨울에 얼마나 춥냐면 내가 이 글로 표현을 다 하지 못할만큼 엄~~청 추움
전해 내려오는 여담으로는 오줌을 싸면 오줌 물줄기가 바로 언다고 하는데
솔직히 암만 추워도 그런적은 한 번도 없었음... 대신 오줌을 바닥에 싸고 바지올리고 지퍼 올리면
그 사이에 오줌이 얼어서 밟으면 미끄러져서 넘어짐 ㅇㅇ
온도계가 있으나 마나임... 늘 온도계 최저기온 이하라 온도가 표시되지 않았기 때문임..
그런 날씨속에 4박5일을 산에서 텐트치고 지내는 혹한기는 정말 최악 훈련임
2년차 혹한기 훈련때였나 우리 부대가 KCTC 훈련을 앞두고 있어서 이에 맞게 현실감 넘치게
혹한기 훈련을 하라는 상부 지시가 떨어짐
각종 상황을 부여하는데 제일 ㅈ같았던 상황이 출발행군 60km 하는데
행정보급관이 적의 폭격으로 인해 차량이 폭파되어 보급품이 끊겼다는 상황이 떨어짐
이건 아마 행보관님이 오기 귀찮아서 내린 상황이 아닐까 생각들 정도로 어이 없었음
60km를 그냥 걸어라 해도 힘든데 박격포병인지라 어깨엔 포까지 있고 죽을 맛인데,
거기다가 밥까지 끊김... 물도 끊김 걍 저녁을 굶고 진지까지 가야지 밥을 준다함.
날씨는 춥고 배는 고프고 어깨는 부셔질거처럼 아프고 발바닥은 불난거 처럼 아프고...
강둑을 걷다가 휴식 명령이 떨어져 털썩하고 주저 앉음......
강둑에 앉아있는데 강바람이 얼마나 썐지.... 걍 차라리 걷고싶다 생각이 들정도였음.
근데 어느순간 몸이 따뜻해지기 시작하더니 나른해지고 졸린거임......
아 자고싶다... 생각과 함께 눈을 감는데 옆에 후임이 급하게 깨워서 일어남
추운데 잠들면 죽는다는 소리 들으면 추운데서 어케 잠이드나 늘 생각했었는데 그때 첨 경험함 ㅇㅇ
행군이 끝났다고 다 끝나는게 아님 텐트를 치고 산에서 자는데 산에서 보내는 겨울밤은
정말 고통임.... 잠을 온전히 자라해도 빡칠텐데 불침번까지 서야됨.... 근데 불침번이야,
일어나서 하면 되는데 제일 ㅈ같은게 출발행군때 땀으로 젖어서 얼어버린 방탄을 쓰고
전투복을 입고 한시간 반을 산에서 멍때려야 된다는거임......
그때 3일차였나 산 경사에서 호를 까고 이제 각자 포를 세워두고 잠을 자는데
선임이랑 둘이 있는데 포대기를 해야되서 텐트치고 머 자지는 못하고 한 침낭으로
둘이서 덮고만 있었음... (군장을 최대한 가볍게 하기 위해 2인 1침낭 들고감 공격,방어땐)
근데 산 경사에서 바람을 완전 직빵으로 맞음서 있으니깐 얼마나 춥냐면.......
진짜 욕이란 욕은 다 나오고 이래 있다간 진짜 죽는다 싶더라
그래서 옆에 선임형이 야... 우리 여기 침낭 드가자 안드가면 진짜 죽는다 카는데
나도 덩치 좀있고 이 선임형은 덩치가 진짜 큰데 여길 어케 둘이 드가지 생각함
근데 선임형이 "된다.... 할수있다... 우리 여기 안드가면 진짜 뒤진다" 하는데
레알 진짜 아침에 눈 못뜰수도 있겠다 싶어서 죽기살기로 드가는데 들어가짐 ;;
둘이 꼬옥 껴안고 체온유지하면서 아침까지 잘버팀 ㅇㅇ 여담으로 그날
침낭 안에서 자다가 좁아서 한쪽 손 내밀고 잠든 선임있는데 손 파랗게 되서 동창걸려서
손 자를뻔 햇음 ㅇㅇ
유격에, 혹한기에, 100km 행군에, KTCT훈련 등등
풀고싶은 썰은 많은데 주제 하나당 얘기하다 보니 너무 길어지는거 같네;;
이번엔 훈련 위주로 쓰고 반응 좋고 하면 다음편에 내무생활 편으로 쓰고싶었는데
훈련 이야기 반도 못끝내네........
너무 스압있으면 읽다가 지치니깐 그냥 이정도로 쓰고,
나중에 시간이 또 생기거나 썰 풀고싶음 다시 옴
이 글 읽으면서 '하... 나도 참 저럴 때가 있었는데...' 하고,
같이 청춘 불태웠던 선후임들 잠깐씩이라도 생각나는 순간이 되었으면 해 ㅇㅇ
예전엔 참 연락 자주하고 잘지냈는데,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살기 바빠지니 연락하기 참 힘든거 같네;;
아무튼 퇴근시간도 다가오고 일과시간도 마무리 하는 시간인데,
다들 군생활 한 번씩 떠올리면서 갓 전역했을때 마음가짐 한번 더 되뇌이길 바랄게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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