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스카우트? 안 보여요” 산체스는 지금이 마냥 행복하다

레벨아이콘 파워에이드
조회 110 19.07.05 (금) 16:16



“어제 승리 후 바로 갈비 먹었죠”

 

올 시즌 리그 최고의 투수 중 하나로 뽑히는 앙헬 산체스(30)는 2일 인천 롯데전에서 7이닝 동안 1실점 역투를 펼치며 시즌 12번째 승리를 거뒀다. 5회까지 단 하나의 안타도 허용하지 않는 등 롯데 타선을 압도한 끝에 팀의 10-1 승리를 이끌었다. 시즌 평균자책점도 1점대(1.99)에 다시 진입했다.

 

적장인 양상문 롯데 감독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투구였다. 양 감독은 3일 경기를 앞두고 “공이 빠른데 포크볼까지 가지고 있다. 150㎞의 패스트볼을 치는 것도 힘든데 슬라이더에 커브까지 던진다. 게다가 제구가 나쁜 선수도 아니다”며 공략하기 어려웠다고 인정했다. 산체스는 이미 알려질 대로 알려진 투수다. 그럼에도 공략하기 힘들다는 것은 산체스의 롱런 가능성을 시사한다.

 

그런 산체스는 3일 경기를 앞두고 싱글벙글이었다. 산체스는 “어제(2일) 경기가 끝난 뒤 곧바로 갈비를 먹었다”면서 승리 후 만찬을 자랑했다. 3일 경기를 앞두고는 자신이 좋아하는 라면 하나를 뚝딱 해치웠다. 전날 승리 덕인지 내내 표정이 밝았다. 산체스는 “자장면과 라면이 내 최고의 음식”이라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산체스는 확 바뀌었다. 단순히 그라운드 안에서의 경기력만 말하는 게 아니다. 평소 생활이 그렇다. 음식은 물론, 더그아웃에도 잘 적응한다. SK의 한 선수는 “산체스는 지난해 너무 여렸다. 잘 던지지 못한 날에는 더그아웃에서 고개를 푹 숙이고 자책했다. 어떻게 격려하기가 어려웠을 정도”라면서 “올해는 다르다. 표정이 밝아졌다. 꼭 좋은 투구 내용 때문은 아니다. 한국 생활에 많이 적응한 듯하다. 동료들과 장난도 잘 친다”고 웃었다.

 

쾌조의 경기력에 메이저리그(MLB)의 시선도 달라졌다. 산체스의 등판일에는 최소 1~2개 팀의 MLB 스카우트들이 꼭 따라다닌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스카우트 러시다.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한국이나 동아시아에 상주하는 스카우트가 있는 MLB 팀이라면 모두 산체스를 한 번씩은 봤다고 보면 된다”면서 “MLB에서 살아남기 위한 과제인 빠른 구속을 가지고 있는 선수다. 만약 KBO리그에서 또 하나의 역수출 사례가 생긴다면 산체스가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처럼 미국과 일본 스카우트의 관심을 받고 있는 산체스다. 의식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산체스는 “스카우트? 온지도 몰랐다. 보질 않는다”고 껄껄 웃으면서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어차피 재계약이나 메이저리그 진출은 올해 전체 성적에 달렸다는 것이다.

 

산체스는 “올해 잘해야 시즌 뒤에 메이저리그 진출도 이야기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지금은 매 경기 최선을 다해 던지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최선을 다하면 성적이 따라오고, 그 성적을 기반으로 자신의 가치를 평가받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지금 생활 자체가 마냥 좋기도 하다. 산체스는 “한국 생활에 만족하고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구단에서는 산체스를 일찌감치 재계약 대상자로 올려놨다. 안정궤도에 접어든 만큼 당분간은 올해 정도의 활약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다. 코칭스태프는 “잘해서 미국에 가는 것은 어쩔 수 없지 않겠나”라고 말하지만, 한 관계자는 “메이저리그 스카우트의 관심을 받고 있긴 하지만, 보장 계약을 제시받을지는 아직 모른다. 보장 계약이 아니라면 우리도 해볼 만하다”면서 한가닥 기대를 걸었다. 확실한 것은 지금이 산체스의 야구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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