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말이야, 그 얘기 좀 안했으면 좋겠어.”
“그 천재라는 이야기 있잖아. 전술 천재, 비운의 천재, 뭐시기 천재… 이런 이야기 좀 안했으면 좋겠어. 기자들도 기사에는 천재 얘기 안썼으면 좋겠어.”
우리가 알고 있던 김병수 감독의 수식어, 천재
선수들도 갇혀버린 김병수 ‘천재’ 프레임
단순히 팬들과 관계자들만 김 감독의 ‘천재’ 프레임에 갇힌 것은 아닌 모양이었다. 최근 한 강원 구단 관계자로부터 하소연을 들을 수 있었다. “김 감독이 요즘 스트레스 많이 받고 있다”라는 이야기였다. 감독에게는 항상 성적 스트레스가 있기 때문에 이 이야기는 그리 놀랍지 않았다. 하지만 그 다음 이야기는 어찌보면 안타까웠고 충격적이었다.
“김 감독이 선수들에게 이런저런 지시를 내리면 선수들은 정말 열심히 잘 따른다. 그런데 그 뿐이다. 딱 거기까지만 한다. 선수들에게도 김 감독은 천재적인 전술가 또는 지략가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프로 선수임에도 불구하고 김 감독의 말이 무조건 정답이라 믿는 것이다. 김 감독이 한 마디 하면 선수들은 그것이 진리라 생각하고 그대로’만’ 한다. 한 번은 김 감독이 ‘내가 이런 것까지 설명해야 하니?’라고 한탄했다. 그리고 두 번 세 번 설명을 해야한다.”
김 감독은 강원에 부임한지 이제 7개월 차에 접어들었다. 강원 팬 여러분 큰일 났다. 아직 2년 반은 기다리셔야 한다. (1년이면 충분합니다 ^^)
길지 않은 대화를 마치기 전 나는 김 감독에게 물었다. “김병수 축구의 핵심은 결국 ‘임기’ 아닐까요?” 그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며칠 뒤, 3월 2일 열린 K리그1 상주상무와의 개막전에서 강원은 0-2로 패하며 고개를 숙였다. 벌써부터 강원의 올 시즌 앞날에 먹구름이 끼었다. 마지막으로 그가 내게 진심을 담아 건넸던 한 마디가 자꾸 귓가에 맴돈다.
“나는 평범한 사람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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